모성과 복수: 마스크걸이 암시하는 우리 사회의 갈등 표출법

Ⓒ넷플릭스

 
 
  어제 퇴근 후에 <마스크 걸>을 정주행했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 중 하나인 <마스크 걸>은 Ott 플랫폼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공개 직후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덟 개국에서 1위 시청 순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공개 5일 만에 전세계 누적 시청률로 3위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결국 어제 저녁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인기의 원인 중 하나는 동명 웹툰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인간 내면의 충족하기 어려운 욕망과 현실 간 대립’입니다. 주인공 김모미가 이끌어 나가는 큰 줄거리 속에서 조연들의 역할은 이 드라마의 구성을 탄탄하게 합니다.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사연과 목표를 갖고 이야기의 플롯을 만들어 갑니다.
 
  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은 외모지상주의에 대응하는 모미의 연기에 주목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주요 캐릭터 중 김경자(염혜란)의 연기에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염혜란은 이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복수 역할을 조력하는 배우였지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 그 사람! 남펀에게 복수를 꿈꾸던 아줌마!’하고 탄성을 지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형태의 복수를 준비합니다.
 
 

Ⓒ넷플릭스

 
 
  제가 이 드라마에서 주목했던 부분 중 하나는 ‘모성과 모성 간 대립’입니다.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김모미)과 아이의 복수를 행하는 모성(김경자)의 충돌이 이 영화의 후반부의 중요한 축입니다. 고현정 배우가 중년의 모미 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김경자는 아들 주오남이 살해당한 후에 13년 동안이나 김모미를 찾거나, 그녀의 딸에게 복수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니다. 그녀의 걸죽한 목포 사투리는 이 드라마에 색다른 매력을 불러 넣어 줍니다. 실제로 그녀는 여수 출신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김모미와 김경자의 육탄전은 이 드라마의 빛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모미는 딸 미모를 구하기 위해 경자와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이 둘의 부딪치는 에너지는 모성과 복수의 변증법으로 발현됩니다. 염혜란 배우는 이 복수의 역할을 맡아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결국 모성과 모성 간의 충돌은 비극으로 마무리됩니다.
 
  <마스크 걸>을 보면서 씁쓸한 감정이 들었던 이유는 주인공인 김모미와 김경자 모두는 세대, 사회, 종교와 같은 환경적 요소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사고 방식을 형성하는 주요 동인(動因)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외모 지상주의 뿐만 아니라 학벌주의, 탁월주의, 근본주의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한 사람의 가치관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마스크 걸>을 사회 문제에 대한 고발하는 드라마로 읽었습니다.
 
  김용훈 감독님 존경합니다.
 
 

김용훈 감독 ⒸM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