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맡게 되는 피자 굽는 냄새는 미국 유학 시절로 끌고 가는 촉매제이다. 미국 중부의 겨울은 나에게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강추위를 선사했다. 당시에는 논문 pdf 파일이나, 클라우드 저장 기술이 없던 때라 읽어야 하는 학술지를 매일 30여 편을 가방에 넣어서 다녔다. 눈이 몇십 센티미터나 내린 날에 무거운 가방을 메고 수업을 듣고 기숙사로 오면 항상 출출했다. 방에 수십 편의 학술 논문을 쭉 펼쳐 놓고 데스크톱 PC와 무게 차이 나지 않은 벽돌 노트북을 두드리다 배고프면 자주 피자를 시켜 먹었다. 피자 몇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새벽까지 논문을 읽고, 정리하고, 쓰고, 논문에 색을 칠하고, 노트북에다 영어와 한국어로 정리하는 등의 일들을 하다가 지치면 쓰러져 잤다. 나는 지금도 당시 맛보았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