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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이요? 증명서 떼오세요”

아이언써클 2025. 3. 2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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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솔로 인증’ 문화가 만든 변화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 일본은 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아주 색다른 방법을 꺼냈다. 이름하여 ‘독신증명서’.
말 그대로 ‘나 미혼입니다’를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문서다. 혼인율 저하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 정부가 구혼 활동(‘곤카쓰’)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이제는 독신증명서 없이는 결혼정보회사 등록도, 매칭 앱 가입도 쉽지 않다.
2025년 3월부터는 발급 방식도 더 간편해졌다.
기존에는 본적지 관청에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이젠 현 거주지 관공서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법무성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혼인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더 쉽고 빠른 길을 열어준 셈이다.

독신증명서, 대체 뭐길래?

이 문서는 민법 제732조(중혼 금지)에 저촉되지 않는, 즉 미혼임을 증명하는 공문서다.
기재사항은 신청자의 이름, 생년월일, 본적지 등이며, 현재 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법적 확인이 포함된다.
한국에서는 혼인관계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에서 혼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미혼임만을 증명하는 단일 문서’는 아직 없다.

이 문서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결혼 정보회사나 매칭 앱의 필수 제출 서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도쿄도가 만든 공공 매칭 앱 **‘도쿄 엔무스비’**다.
이 앱은 독신증명서 없이는 절대 회원 가입이 불가능하다.

왜 일본은 독신증명서를 만들었을까?

단순히 행정 편의 때문은 아니다.
매칭 앱이 일상화된 일본에서 기혼자 사칭, 로맨스 사기, 불법 행위 등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매칭 앱을 통해 접근한 뒤 금전을 갈취하는 로맨스 사기가 빈번히 발생했고,

일부 앱은 아예 불륜 조장이나 불법 성매매에 악용되기도 했다.
2024년 일본 내 로맨스 사기 피해액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해 약 397억 엔(한화 약 3900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사기와 불신이 범람하는 가운데, 독신증명서는 상대방이 ‘진짜 미혼’이라는 최소한의 보증 장치가 된 셈이다.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시대,
서류로나마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발급은 쉬워졌지만…유쾌하지 않은 진실

이전까지는 독신증명서를 떼려면 본적지 관청으로 직접 가거나, 우편으로 신청해야 했다.
심지어 민간 업체나 대리인이 대신 신청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현 거주지에서 즉시 발급받을 수 있게 바뀌었고, 구혼 활동에 나서는 시민들에게는 큰 호재가 됐다.

단, 여전히 창구에서 묻는다.
“이 증명서를 왜 떼시나요?”
그러면 대부분은 ‘결혼정보회사에 제출하려고요’라고 대답해야 한다.
솔직하고 담백하지만, 마냥 유쾌하지는 않은 풍경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한국도 결혼 기피, 출산율 저하라는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처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새로운 구혼 문화를 지원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물론, 결혼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적 책무처럼 만들 수는 없지만,
혼인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신뢰 기반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은 필요하다.

지금 한국의 매칭 앱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하지만 기혼자 사칭, 로맨스 사기 등의 문제 역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독신증명서’라는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적 만남의 신뢰를 공적으로 담보해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일 수 있다.

사랑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
씁쓸하지만, 그만큼 사랑조차 신뢰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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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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